딱히 아픈 데는 없는 것 같지만 어디가 안 좋은지 물어나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의원에 오는 분들은 잘 없습니다.
특히 허브한의원에는 잘 없습니다.
허브한의원은 최소 병원을 3개 정도는 거치고 벼랑 끝에 섰거나 그 벼량에서 추락하는 순간에
혹시 어쩌면 하는 마음으로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의사가 될 때 또는 병원을 열 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제 팔자가 그런지 그런 병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양약이 안 듣는 심한 스테로이드 부작용, 레이저 부작용을 겪는 분들은 인간적으로 많이 딱합니다.
저와 인연이 닿은 순간부터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딱한 분들을 벼량 끝에서 끌어올리거나 추락을 멈추게 할 궁리를 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이 과정이 쉬울 리 없습니다.
처음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고 딱히 두드러진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만 있으니 거울만 쳐다보게 되고 본인도 불안하던 차에 주변에서 온갖 조언과 간섭으로 이간질을 해대면
의사와 환자간에 신뢰에 금이 가게 됩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빈말이라도 '원장님만 믿습니다'하는 분들은
제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치료에 집중하게 됩니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여 뛰쳐 나간 분들은 저 또한 구제해 드릴 기회가 박탈당합니다.
의사를 명의로 만드는 것은 결국 환자분들의 신뢰와 인내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