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약(특히 피부병을 치료하는)의 주 성분이 스테로이드라면
복용하자마자 차도가 있었을 것이고, 끊었을 때 확 번지고 심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한약 복용 결과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감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허나,
약물로 쓰는 합성 스테로이드와 천연 스테로이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무기질 코르티코이드로
화학구조도 다르고 약리기전도 다르며 함유된 양이 다릅니다.

감초의 스테로이드는 식물성 스테로이드로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식물이 생합성하여 만드는 미량 성분의 하나입니다.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합성 스테로이드와는 생리활성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워낙 미량이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합니다.

합성 스테로이드는 체내에 수개월에서 수년간 잔류하는 데 비해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며칠이면 체내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전혀 비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많이 들어 있는 식물은 가지과 식물과 마과 식물인데
가지나 마를 많이 먹으면 스테로이드 약을 먹고 바른 것과 같을까요? 아니죠.

다만 감초의 주 성분은 '글리시리진'으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아니라 플라보노이드 성분의 하나인데
스테로이드 분해효소를 방해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의 혈중 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스테로이드를 먹은 것처럼 식욕이 좋아지고 얼굴이 붓는 등의 유사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약 처방에서 감초는 대단한 효과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그저 한약의 쓴 맛을 보완해 주는 감미료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다량을 쓰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약의 주 성분은 스테로이드가 아니며
한의사들은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노릴 필요가 전혀 없는 거지요.

스테로이드 효과도 부작용도 없는 감초가
감초에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이 미량 있다는 이유로
합성 스테로이드제와 유사한 취급을 받는다면 감초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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